법인 설립을 위해 회사 이름을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이름을 확정짓기까지 약 한 달 조금 넘는 기간이 소요되었는데, 이 시기에는 거의 하루종일 회사 이름 생각만했다. 그야말로 '몰입' 그 자체였다.
1. 그대로 갈 것이냐 vs 새로운 이름
우선 회사 이름을 이전의 개인사업자때 사용하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지 아니면 새로운 이름으로 정할지부터 정해야했다. 예전에 개인사업자 시절에 사용하던 이름은 '나노쿠키'였다. 이름만 들었을떄는 쿠키만드는 제과업체냐고 물어본 분들도 있었지만 사실은 IT회사다. 의미는 '나노' 단위의 작은 정보들이 모여 의미를 가진다는 의미였다. 이 때 쿠키는 먹는 쿠키도 되지만 인터넷에서 쿠키 파일은 사용자 정보를 담고 있는 파일이라는 의미에서 중의적 의미가 있었다. (동화 헨델과 그래텔에서 등장하는 쿠키도 길을 알려주는 정보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나노쿠키 시절에 전국을 다니며 수많은 회사들을 보고, 길거리의 수많은 회사 간판을 보았는데, 내 생각보다 '나노'라는 단어를 너무나 많은 회사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제조업체 쪽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어쩐지 올드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개인사업자는 쉽게 폐업이 가능하지만 법인은 한번 만들면 변경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더 신중해졌다. 내가 진지하게 고민했던 점은 '나노쿠키'가 나를 상징하는 단어인가였다. 고민끝에 나는 '아니다'라는 결론을 얻었고, 좀 더 나를 그대로 표현하는 단어를 회사 이름으로 새롭게 정하기로 했다.
2. 엘레멘탈
이름 짓기 초기 과정때는 '엘레멘탈'이라는 용어에 꽃혀있었다. 엘레멘탈은 '원소'라는 의미가 있는데,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원소들이 모여서 의미를 만드는 것을 생각해보면 내가 추구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따고 생각했다. 그런데 단순히 원소를 강조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들었을때 와닿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야 이런 생각을 자주하니까 연관지을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왜 회사 이름을 이렇게 지었는지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해야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마치 나노쿠키 때처럼...) 뿐만 아니라, 엘레멘탈이라는 단어 자체의 느낌이 예쁘다보니까 이미 많은 곳에서 쓰이는 단어라는 점도 조금 아쉬웠다.
2. 밤하늘의 별
다음으로 생각한 이미지는 밤하늘의 별이다. 각각의 별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별들이 모이면 별자리가 만들어지고 별자리는 스토리를 가진다. 별자리를 생각하면서 '이거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를 좀더 깊게 파고 들었다. 그렇다면 별자리를 관찰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생각했을때 나는 양치기가 생겼다. 옛날에 양치기들이 양을 풀어놓고, 밤에 하늘을 바라보며 별자리 이름을 짓고 여러가지 스토리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이를 구체화 시켜 양치기가 별을 바라보는 이미지를 회사 이름으로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으로 만든 단어는 '세나'이다. 이때 '세나'는 '세상과 나 사이'라는 말의 줄인 말로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관점'이 중요하다는 점을 내포한다. 그래서 '세나'와 관점을 영어로 한 '퍼스펙티브'를 합한 '세나퍼스' 등이 후보였는데, 이 역시 최종 이름으로 정하기는 힘들었다. 내가 많은 의미를 부여한 이름이지만, 모르는 사람이 볼때는 "이게 무슨 뜻이지?"라는 생각이 들것이고, 나는 또 구구절절 설명을 해야한다. 물론 설명을 아예 안할 수는 없지만, 참 많은 설명을 하게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관적으로 '이게 나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3. AI, 데이터, 코드
복잡하게 생각하니까 한없이 복잡해지는게 회사 이름이다. 간단하게 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AI를 다루고, 코드를 다루고, 데이터를 다루니까 이런 단어와 내가 좋아하는 단어를 합쳐서 회사 이름으로 정하면 어떨까 싶었다. 예를들어, 코드멘탈, 코드법사 등을 생각했지만 이미 "AI, 데이터, 코드"라는 단어가 들어간 회사 이름은 많아도 너무나 많았다.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힘들겠다 싶었다.
이 시점까지 고민한 회사 이름 후보만 300개가 넘었었다...
4. 자아성찰
오래 고민을 했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결국 아무것도 정하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회사 이름을 짓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자주하는 생각이긴하지만, 이때는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다.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오면서 어떤 선택을 했으며, 왜 그런 선택을 했고, 어떤 방향으로 살아왔고, 어떤 방향으로 살고싶은지 말이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고, 왜 좋아하고, 왜 싫어하는 지 등 아주 사소한 선택이나 사건들까지 모두 곱씹었다. 이름을 짓는동안 가장 좋았던 것은 나 스스로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점이었다.
5. 마도학자 주식회사의 탄생
그렇게 고민끝에 탄생한 것이 '마도학자'라는 이름이다. 나는 이 이름을 생각하고 나서 나와 너무 찰떡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몇 지인들에게 회사 이름을 말했을때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회사 이름이 왜 마도학자인지는 후에 별도의 글로 쓰겠지만, 간단히 말하면, 나는 항상 이론과 실전을 이어지게 연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예전에 학교에서 연구할때는 너무 이론 중심이라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고 아무생각없이 '사용하기'에만 치중하면 깊이가 없다. 그래서 마법과 기술을 융합하는 마도학자처럼 이론을 기술로 구현하는 실천적 존재가 되고 싶었다. 평소에도 소프트웨어 개발은 판타지에서의 마법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했던지라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후보들 중에는 마법사, 연금술사 등이 있었는데, 왜 그중 하필 마도학자인지는 이후에 차근차근 알아보자.
그렇게 한달이 넘는 기간동안 24시간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마도학자 주식회사'라는 회사명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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