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학자 서문

회사 이름이 왜 마도학자인가요?

마도학자 2025. 7. 14. 17:12

법인 설립 후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때마다 자세히 설명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지만, 대부분 처리해야할 비즈니스가 우선이므로 늘 짧게만 설명하고 지나쳤다. 그러다가 이번 기회에 한번 정리해두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게 되었다. 

 

 



1. 마법과 기술의 융합 

마도학자는 마법과 기술의 융합을 의미한다. 여기서 마법은 상상력이나 창의성을 의미하며, 기술은 개념이나 이론을 현실로 구현하는 실용성을 의미한다. 마법과 기술의 개념을 결합한 마도학자는 단순히 이론을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라, 이론을 기술로 구현하는 실천가를 뜻한다. 특히 AI와 같은 분야는 보이지 않지만 결과는 강력한 '마법'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AI는 마법과 기술이 절묘하게 섞인 분야이며, 마도학자라는 단어와도 잘 어울린다.

 
2. 마도학자, 마법사, 연금술사

그렇다면 왜 하필이면 마도학자일까? 마법사나 연금술사와 같은 다른 단어들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얼핏 비슷해보이는 이 단어들은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 

먼저 마법사는 검증된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마법을 능숙하게 다루지만, 원리까지 깊게 파고들거나 직접 창조하지는 않는다. 마법사들은 검증된 마법만 사용하므로, 마법이 실패할 경우, 마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거의 대부분 마법사의 실수가 원인이다. 이를 개발자에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원리를 모른채 프레임워크나 API만 사용하는 개발자와 닮아있다. 

연금술사는 결과물을 중시한다. 과거 연금술은 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그들 입장에서는 어떤 방법을 거치든 '금'이라는 결과물만 나오면 성공이었다. 이런 점에서 마법사나 마도학자보다 더 결과 지향적인 느낌이 있다. 

끝으로 마도학자는 원리를 파악하면서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내는 사람들로 마법사와 연금술사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이론부터 현실에서의 구현까지 아우르는 존재, 그래서 나는 마도학자라는 이름을 택했다.


3. 저항 정신

마도학자라는 단어에는 '학자'라는 단어에 대한 반역적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학자라고 하면 이론을 탐구하고 현실과는 다소 거리를 둔 준재로 인식한다. 그러나 마도학자는 순수한 이론을 넘어 기술을 구현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실제 세상을 바꾸는 학문/소프트웨어",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학자/개발자"라는 정체성을 나타낸다. 흔히 학계에서 지키고자 하는 권위와 전통을 따르지 않고 학문에 매여있는 이론의 틀을 깨고 현실을 바꾸고 싶다. 학계를 천계라고 한다면, 나도 한때 천계에 속해 있었다. 그곳에서 진리를 탐구하려 했지만, 점차 그것이 형식적 목표와 제도적 한계에 묶인 시스템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마계로 내려왔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규칙으로, 기술과 철학이 맞닿은 현실을 구현하고 싶었다.  


4. 나도 한때는 천계의 학자였다

나도 한때 '천계'에 속한 학자였다. 연구실 안에서 수식과 논문으로 세상을 설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곳의 공기가 나를 조여오기 시작했다. 진리를 추구하는 줄 알았던 연구는, 어느 순간 논문과 실적을 위한 작업처럼 보였고, 질문보다는 형식이 우선시 되었다. 물론 학계에서도 순수한 열정을 가진 학자들이 있었고, 나 역시 그 중 하나가 되기를 바랬다. 그러나 학계라는 시스템은 때로는 개인의 이상을 삼켜버리는 구조였다. 분명 학계는 세상의 중요한 축이고, 누군가는 그곳에서 빛을 낼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나는 아니었다. 나는 그 구조속에서 방향을 잃었다. 나는 학자이기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학문을 현실로 구현하고 싶어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마도학자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마도학자는 그저 특이한 이름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서 왔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도 담고 있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규칙으로 , 현실에 닿는 기술을 구현하며 살아갈 것이다. 이론과 작동하는 코드 경계에 선 존재가 바로 내가 생각하는 마도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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